식장산 포럼 이사장 길 공 섭

 

도원경 속으로
도원경 속으로

사진은 그림의 그늘에 가려 기계가 찍어낸 인쇄물과 같이 평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럴진대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 그 부분에 대한 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가 될 것 같다. 필자의 속내를 열면 혹평을 받을 수도 있으나 진정한 사진인 이라면 외면하지 말고 속내를 열어야 사진인으로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림처럼 사진도 작가의 마음속 주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명암·색채, 윤곽의 흐름, 선명·흐림, 원근법 등을 적절하게 구사, 작가의 철학을 파인더에 담는 작업을 한다. 그렇다면 그림과 사진은 찍히고 그리는 대상과 얼마만큼의 유대를 가지고 있는가. 사진은 찍히는 대상과 대부분 돈독한 유대관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사진은 현실을 포착한 모습과 시간, 그 흔적을 통해 의미와 가치를 생각할 수 있다.

그림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과 심상을 그려낼 수 있다. 하지만 사진처럼 현실을 똑같이 담아낼 수 없다. 자신이 표현하는 독특한 화법, 필체가 동원돼 그것을 작품화하는 상상의 작업이라 해 사진보다 감성과 지성이 담겨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을내리는 소리
가을내리는 소리

그래서 요즘 사진에서도 감성이 내재 돼있는 작업을 많이 한다.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키고, 또 멈추었다 다시 흐르게 한다. 빛과 피사체의 충돌로 파생하는 반사된 생명, 카메라 기술 등을 접목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때로 사진을 그림 같다고 이야기하며, 수채화 같다고도 한다. 그러나 사진은 사진이고 그림은 그림으로 그 가치와 성격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사진이 그림보다 좋다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가치판단이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한 것이다.

사진가는 계절을 앵글 속에 깊숙하게 가두어두고 세월의 흐름을 멈추게 한다. 그 머문 자리에 계절은 몸부림치며 진한 울림으로 흐름에 동조한다. 가을인가 생각했는데 깊숙한 겨울이 문풍지를 세차게 흔드는 시간, 우린 세월의 빠른 속도에 속수무책으로 인생 카메라의 셔터만 쉬 임 없이 누른다. 이제 석 달이면 다음 세상, 우리는 항상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신년에 대한 더 밝은 기대가 함께 하얀 세상과 어우러져 세월 노래를 부른다. 한해를 결산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잘되고 못되고 또 시작도 못하고 계획만 세우고 그렇게 끝나면서 또 다른 시간에 기대를 걸어보는 시기다.

빛과 색의 향연
빛과 색의 향연

매년 반복되는 신년 계획표에 옹골차고 다무진 마음으로 대담한 포부를 담아 보기도 한다, 내 눈높이를 조절하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내 몸에 딱 맞는 옷으로 갈아입는 슬기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한 해 참으로 큰 국제적 사건들이 많은 해였으며, 국내에는 좌 우파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정치의 실종으로 민초는 하늘만 멍하게 처다 보는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 패거리 문화가 일반 사회까지 깊숙하게 침투하여 민주주의의 기본인 타협과 협상의 질서마저 붕괴된 지 오래다. 지식인들도 패거리 문화에 편승해서 나의 반대편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성토하는 것은 당연시하는 세태에 염증을 느끼는 말 없는 다수의 국민이 민심으로 심판해서 선거문화를 바꿔야 할 것이다.

 

수채화
수채화

흐르는 세월 속에 계절을 타고 넘나들며 내년 총선거에 목매달고 있는 정치꾼들이 온통 거리를 누비며 이전 투구하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인지?. 선거 만능세상에서 다수의 말 없는 긍정의 국민이 설 자리는 없는 것인지? 추운 시절(時節)이 지나면 따뜻한 봄은 올 수 있을까? 빛으로 그린 수채화처럼 밝고 아름다운 사회는 요원한 것인지?.

 

대중문화평론가 길공섭
대중문화평론가 길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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