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홍명희
바위처럼 납작해 지려면 얼마를 더 견뎌야 할까요
시끄러워
파도가 밀려오려나 봐요
걱정은 개에게나 줘 버려
오랫동안 기었더니 무릎이 동그랗게 되었어요
바닥이 당신에겐 딱 어울려
그런데 가끔씩은 모래 부스러기 땜에 목이 막혀요
재채기를 하지 마 불가사리가 놀랄 수 있어
마스크를 하면 괜찮을까요
비말을 거르듯 기침소리를 가려줄 지도 몰라요
초인종 소리에 대답 하지 마
옆집 여자의 뒤꿈치를 쳐다보니까 당신 눈이 점점 돌아가고 있어
윗집 여자도 가자미가 되었나 봐요
어제부터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나요
이제부턴 기지개를 켜는 대신 물구나무를 서
아파트에선 층간소음이 골칫거리야
죄송해요
저희 집엔 아이들이 살고 있지 않아요
벌써 오래전에 가자미가 되었는걸요
홍명희 기자
webmaster@todayplu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