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 연가 표지(사진=황인칠 시인 제공)

황인칠 시인의 제5집 <청해진 연가>는, 시인의 현재를 가능하게 했던 시공간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담하게 담아내면서, 동시에 자의식의 완성을 갈망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전 시집들의 서정적 기조였던 ‘그리움’의 정서는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그 안에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세련된 감각과 사유가 꽉 들어차 있다. 가열찬 창작의 고통과 힘겨루기 끝에 찾아낸 감각과 사유에는, 대상을 향한 더욱더 깊어진 순정과 사랑이 숨 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자신에 대한 충실한 재현보다는, 선명한 기억들로부터 야기된 인생론적 깨달음이나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반성적 사유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서정시는 시간과 공간을 시적 기제로 삼는 언어예술이다. 역류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사물과 존재 방식을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황 시인의 시에 대한 열정과 사랑의 마음이 내재된 심미적 언어생성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시편들이 눈물겹다.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억들 속에서 생성해내는 새로운 인지와 발견의 감각들을 한껏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궁극적으로 자기 긍정으로 귀결하는 과정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 김우식 「작품해설」 중에서

저작권자 © 투데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