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쏟아내는 정원에
마당을 물들일 듯 분주한 봉선화
추억 한주먹 쥐고 공기에 날리면
손에 물들여주던 숨결이
먼 바람에 묻어와 손톱에서 피어난다
온기는 아직도 나를 감싸는데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낯선 벌들이 웅웅거리며 날아와
제 발톱에 꽃물을 들이고 있다
밤하늘 깊이처럼 보고 싶은 날
별빛 떠있는 허공을 보며 불러도 대답이 없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봉선화
어둠을 채색한 붉은 잎잎을 마음에 담고
나는 누굴 찾아 이 밤을 꽃밭에서 흔들리나
길 잃은 눈물만 마당에 심는다
이현경 시인
abljk11@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