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 동생 같은 동료들이 그리웠어요”
- 고되지만 태움 문화 없던 곳 찾아 재입사

▲ (좌측부터) 내과계중환자실 이수정 간호사, 외상중환자실 김복임 간호사

 

“중환자실 쌤들, 진짜 그립고 보고 싶었어요.”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간호사 조직 내의 ‘태움’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애틋한 동료애로 재입사를 선택한 간호사들이 있어 화제다.

을지대학교병원(원장 김하용) 외상중환자실 김복임 간호사와 내과계중환자실 이수정 간호사는 지난 2014년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 입사한 동기다.

‘특수파트’라 일컫는 중환자실은 간호사들에게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인 부서다. 미세하게 차이를 보이는 수치 하나하나가 생사를 가르기도 한다. 그만큼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도 하고, 격무로 다가올 수도 있는 탓에 중환자실을 수술실, 응급실과 함께 ‘3D(Dirty, Difficult, Dangerous)부서’로 칭하며 기피하기도 한다.

이런 중환자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이런 저런 힘든 점들도 많았을 터, 김 간호사와 이 간호사는 서로를 의지하고 동료들과 성장해나가며 훗날 멋진 간호사가 되길 꿈꿨다.

그러다 직장생활 3년차 때마다 위기가 온다고 했던가, 두 간호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막연히 ‘더 좋은 곳은 없을까’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다. 결국 둘이 같은 병원으로 이직할 것을 계획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병원을 떠났다.

새로운 병원은 전 병원보다 일이 수월한 편이었다. 무슨 일이든 곧잘 해내는 두 간호사는 경력에 비해 행동이 빠르다는 칭찬도,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이는 두 간호사의 마음에 동요가 일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김 간호사는 “이직한 병원에서도 중환자실에서 근무했었는데, 첫 직장 떠나고 나면 좋은 점만 생각난다고 하던 말이 딱 맞았다”며 “일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서로 아끼고

 

보살펴주던 전 직장이 많이 생각났고 동료들도 너무 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 간호사는 “첫 직장이기도 했지만 정말이지 친정 같은 느낌으로 마음속에 줄곧 남아있었던 것 같다”며 “미숙한 부분을 따끔하게 지적하더라도, 돌아서면 ‘네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로하며 같이 열심히 해보자던 인간미 넘치는 동료들과의 끈끈했던 정이 날이 갈수록 더 그리웠다”고 덧붙였다.

두 간호사에게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이란 그런 곳이었다. 일반병실보다 업무가 다소 고된 편이고 환자에게 손이 두세 배 많이 가지만, 이를 함께 이겨낼 친구이자 언니 동생들이 있는 곳이었다. 생사의 갈림길, 그 끝자락에서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한 환자들의 넋을 함께 기리고 죽음 앞에 초연해져야만 하는 현실을 서로가 보듬어주기도 했다.

“각개전투가 아니라 ‘동료애’로 똘똘 뭉쳐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때론 용기를 얻으며 앞으로 더 잘 해내리라 다짐하는 삶의 터전이었던 것 같다”고 이 간호사는 설명했다.

특히 두 간호사는 을지대학교병원이 타병원에 비해 ‘프리셉터-프리셉티’ 개념이 잘 자리 잡은 병원이라고 했다. 프리셉터는 실무현장에서 일정 기간 동안 신규간호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경력간호사를, 프리셉티는 신규간호사를 뜻한다.

김 간호사는 “이 병원은 프리셉터 프리셉티 관계가 ‘엄마와 딸’로 표현될 만큼 정말 끈끈하다”며 “입사가 동기들보다 조금 늦은 편이어서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선생님을 많이 성가시게 했는데, 귀찮거나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지금까지도 사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사실 나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도 ‘태움’ 문화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업무상 실수가 있더라도 사적인 감정을 개입치 않고, 정말 내 자식 훈육하듯 혼내면서도 감싸주곤 했다”고 덧붙였다.

“파트장님, 복임이랑 수정이가 우리 병원 너무 그립데요.”

전 직장 동료들과 꾸준히 연락을 지속하던 두 간호사의 마음이 중환자실 파트장에게도 전달됐다. 파트장은 망설임 없이 두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간호사는 “재입사를 마음먹고 수정이와 간호부 사무실을 찾아 오랜만에 간호부 식구들을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결국 김·이 두 간호사는 석 달 만에 그들의 ‘고향’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로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서로를 위로하고 독려하며 멋진 간호사의 꿈을 이뤄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윤혜성 간호부장은 “급여나 당직, 복지 같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통해 행복한 간호현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힘쓰고 있다”며 “두 간호사처럼 재입사를 희망하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간호사들에게도 문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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