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연 폭포(사진=최윤이 제공)
천지연 폭포(사진=최윤이 제공)

천지연 폭포   

            홍명희

이제 나는
아래로 뛰어 내린다
수만 능선과 골짜기를 타고 넘으며
애오라지 간직한 천혜향 같은 사랑을 품고

목젖까지 꾹꾹 눌러 담은 그 이름 석 자
가지 끝에 앉은 눈 먼 까마귀의 속울음을 함께 보듬고
깊고 푸른 가슴으로 뛰어 내린다

둥둥 떠다니는 한 뼘의 하늘과
눈물로 질척이는 한 줌의 땅이
천년의 기다림으로 이어지는 푸르른 연못

그 오랜 절망의 방황을 끝내고
비로소 낙하하는 환희의 절정
안개가 나를 둘러싸고
한라산도 등 뒤에서 나를 안는다

귤꽃같이 하얀 웃음이 나를 보채고
부서지며 절규한다 
마침내 물살이 되어 너의 한 가운데로 투신한다
한 물결이 되어 숨결이 되어 천지를 향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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