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윤이 제공)
(사진=최윤이 제공)

말랑말랑한 오후

                      홍명희

 검은 비가 내린다
 낮은음자리처럼
 어린 고양이의 흔들리는 눈빛으로 담긴다

 해 질 무렵 
 축축한 몸을 발목에 기대던 
 아슬아슬한 체온이 떨어뜨린 
 떨림의 음표가 베란다를 적신다

 뜨거움을 제어할
 유실된 점프의 기록
 어린 고양이 울음처럼 
 야옹야옹 담겨지던 숨 가쁜 발소리

 차가워진 커피의 온도를 타고
 씁씁한 커피 향이 찻잔의 무늬 속으로 숨는다

 고양이 울음 속에
 커피콩 볶는 소리를 
 살그머니 던져 놓는다

 뜨거운 담장을 오르기 위해 
 수천 번 추락하고 나동그라지며 익혔을
 저 말랑거리는 표정과 잦아드는 숨소리

 낡은 베란다의 커피 잔에 담기는
 오후 여섯 시의 우울한 콘서트
 허름한 그녀의 숨소리는 오늘도 안단테

저작권자 © 투데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