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주필
김용복 주필

 국민의힘이 자멸하는 꼴을 보게 됐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전에 자중지란으로 인해 침몰당하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선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수십년동안 당을 지켜온 이들에게 연공점수를 주어 당선시키려고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이러저러한 트집을 잡아 오히려 이들을 내쫓고 있으니 십여 년간 중부권 언론을 통해 보수를 지켜온 필자로서도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윤석열 당선자가 이끄는 정부가 잘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 너무 간절해서 반어법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4일 전원 합의로 강원도지사 후보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단수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김진태 전 의원이 컷오프 된 것이다. 김행 공관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한 분이 컷오프 되니까 자연스레 다른 분으로 결정됐다. 특정인을 상대로 한, 내려 꼽기식 전략공천은 아니라고 말했다.

공관위 대변인은 김 전 의원의 컷오프 사유로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와 우리 당이 국민 통합, 미래를 위한 전진이라는 기조로 볼 때, 과거 그 분의 일부 발언들이 국민 통합에 저해된 것이 결정적 이유”라며 “정치적 숙려 기간을 권고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의 일부 발언들이 국민 통합에 저해됐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김진태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2월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북한군 개입 여부를 중심으로’라는 행사를 열고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온 지만원 박사를 초청했다. 그는 당시 “제가 제일 존경하는 지 박사”라며 “5·18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파가 물러서면 안 된다”고 했다.

 지난 2015년에는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지 말자.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거다”, “(좌파들이)하다 하다 세월호 7시간을 따진다”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촛불 집회에 대해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여파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후보의 경우 굉장히 어려운 시절에 우리 당을 끝까지 지킨 분이다. 그 분이 (무소속 출마와 같은) 결정은 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그래서 묻자.

김진태 전 의원이 그런 말로 좌파들과 싸울 때 다른 의원들은 어디서 무얼 했으며 이번에 공천받은 황상무 전 KBS 앵커는 당이나 강원도민을 위해 무얼 했는가? 또한 그런 공천 기준과 벌점의 기준은 언제 누가 세웠으며, 공지는 언제 했는가? 참으로 웃기는 공천 기준이다. 당이 어려울 때 어디서 무얼하다 왔는지도 모르는 인사를 내세우느라 어려울 때 당을 지키며 누구도 감히 말을 못할 때 후한 점수를 주어 격려는 못할 망정 저격수 노릇을 한 인사를 내팽개 치다니.

 

 붕괴하는 국민의힘에 훈수 좀 두자.

조선 시대에도 여러 형태로 인재 추천이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지금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통신망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지방 목민관들을 임명하기 위해 지역 출신 인재를 골라 중앙정부에 추천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타 지방의 인재를 우리 지역에 보내 달라고 하는 그런 추천이 아니라, 이 고장에서 태어나, 이 고장 사람들과 생활을 함께한, 그래서 이 지역 민심의 흐름과 생활 방식을 잘 아는 덕 있는 인재를 골라 추천하는 제도였는데 이를 ‘거현(擧賢)’이라 했다.

 조선은 왕조시대였다. 교통과 통신이 전혀 발달하지 못했다.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일하는 왕이 나라 전체에서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고 능력 있는 인물을 고르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목민관에게 지역의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 중앙으로 천거하는 작업, 즉 '거현'제도가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목민심서에도 목민관 직무 중 하나가 옳고 능력 있는 인물을 천거하는 일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목민심서에 따르면 요순시대나 3왕 시절(文王·武王·成王)에는 과거제도가 없었다. 한나라 때도 군수나 현령이 현능(賢能)한 사람을 찾아내 중앙에 천거해 조정의 벼슬에 오르게 했다.

 또한, 목민관이 군·현에서 재주와 학식이 있는 사람을 해마다 천거하게 하는 제도를 ‘향공(鄕貢)’이라고 하는데, 다산은 ‘향공’ 같은 제도가 활성화돼야만 올바른 인재들이 나라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고려시대 인재등용의 잘못된 점도 더 들어보자.

고려 시대부터 조선말기까지 음서(蔭敍)라는 제도가 있어 특권신분층인 공신·양반 등의 신분을 우대하고 유지하기 위해 친족·처족 등의 음공에 따라 그 후손을 관리로 서용하였다. 오늘날 5,18 유공자에게 혜택 주는 특권과 같은 제도였다. 고려나 조선시대를 보라. 이 제도가 얼마나 부정이 많고 말썽이 많았던가를.

지금 공천위원에 속한 인사들 가운데 몇 명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켜 4년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게 한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이 공천위원 자리에 앉아 어려운 시기에 남들이 못하는 말을 해가며 당을 지킨 인사들을 컷오프 시켰으니 이들이 가만 있기를 바라는가?

 

 무소속 출마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웃기지 말라. 이들 뒤에는 김 전 의원을 지지하는 강원도민들이 많고, 중부권에서 집필하고 있는 필자도 이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들고일어서는 것이다.

 

 그래서 김진태 전 의원과 대전의 박성효 전 대전시장에게 간곡히 권하겠다. 이미 당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그대들을 버렸으니 그런 당을 믿고 더 기다리겠는가?

그대들을 지지하는 강원도민이나 대전시민들을 위해서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보답하도록 하라. 지난 총선 때 홍준표 의원도 공천을 못 받게 되자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전례도 있는 것이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기준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본선 경쟁력”이라며 “반드시 승리해야만 국민의힘은 윤석열 당선자가 국민과 한 약속을 관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본선 경쟁력이라는 핑계로 어려울 때 당을 지킨 인재들을 헌신짝처럼 버리는가 묻는 것이다.

앞으로 중부권 언론의 필자가, 더구나 오랜기간 보수의 지지 칼럼을 써 오던 필자가  누구를 향할지 두고 보기 바란다.

이런 공천은 국민의힘 말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상기 칼럼은 본집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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