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
박찬주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

요즈음 장교와 부사관 사이의 언어 문제가 거론되다 보니, 육군대장 출신인 제 생각을 궁금해 하실 것 같아 견해를 밝힙니다.

군대윤리는 사회윤리에 기반을 두고있고 여기에다가 군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따라서 군대윤리의 바탕은 어디까지나 사회윤리 입니다. 군의 특수성이 반영된 영역 이외에는 군대도 사회윤리를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언어는 윤리와 문화의 기초를 이룹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언어는 존대어와 반말의 구분이 없지만 우리 언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에서도 두사람의 나이와 관계에 따라 언어사용도 달라집니다. 군대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40년 군생활 동안, 자기보다 연장자인 부사관에게 일상생활에서 반말을 하는 장교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명령을 하달할 때나 과업을 지시할 때는 군대언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 게 문제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장교가 연장자인 부사관에게 반말을 한다든가, 아니면 장교가 전투명령을 하달하면서 존댓말을 쓴다면 이것은 둘 다 잘못된 것이겠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군대에서 유선통화는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지만 무선통화를 할 때는 높힘 말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어있습니다. 어느 하사가 대장에게 무선으로 통화하면서 “문서를 발송했습니다. 받았는지 여부를 통보해 주십시요”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문서 발송했다! 수신여부 통보하라!" 라고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무선통화는 전투현장의 기본 통신수단이기 때문에 명확성과 신속성이 중요하고 그래서 대화에 군더더기가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장교와 부사관의 갈등은 언어문제 보다는 오히려 경례문제로 촉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상 상사나 원사 계급의 경륜 있는 부사관들은 초급장교들에게 군대예절을 갖추는데 반해 
중사급 젊은 부사관의 경우 나이가 비슷하거나 적은 초급장교들에게 경례하는 것을 꺼려 갈등을 빗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거수경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복종의 의미보다는 존중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경례 만큼은 절도 있게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간혹 임관식에 가 보면 나이 많은 원사가 소위로 임관하는 아들에게 거수경례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 모습은 정예화된 강군을 나타내는 좋은 장면입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 직업군인이 되어야 한다면 대장보다는 원사로 복무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 군대의 언어문화에서 아직 해결이 안된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호칭에 관한 것입니다. 같은 중대내에서는 누가 누군지 알지만 다른 부대 병사들을 만나면 뭐라 불러야 할지 몰라 병사들 끼리 서로 “아저씨”로 호칭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한때 군에서는 상호간에 서로 모르는 경우 “전우” 또는 “전우님”으로 부르도록 지시한 적이 있었지만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북한군은 동무 또는 동지라는 호칭을 정착시켜서 호칭문제에서는 앞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데 쳐다보고 있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동무!"라고 부르면 되니까요. 그런경우 우리는 마땅한 호칭이 없어서 "아저씨!" 또는 "저기요!"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저는 독일육사를 나오고 독일군에서 7년 이상 군생활해 본 사람입니다. 최근에 장교와 부사관 간의 갈등문제로 군기강 해이를 걱정하는 예비역분들이 있는데요. 어느 군대나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부분적인 현상이냐 아니면 일상화 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어느 경우든 제가 보는 우리 군의 근본적인 문제는 장교나 부사관이나 병사들에게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단 한 사람, 군대를 가짜평화에 물들게 하고 군 본연의 임무를 보장하지 못하는 잘못된 군통수권자가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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